디지털 화폐,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 혁신의 중심에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역시 이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정책과 실험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본 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 현황과 정책 방향을 비교해보며, 각국의 전략적 접근과 그 의의를 살펴봅니다.
CBDC란 무엇인가: 아시아 주요국의 추진 배경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기존의 실물 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통화입니다. 아시아 주요국들—특히 한국, 중국, 일본—은 각기 다른 배경과 목적을 바탕으로 CBDC 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실험을 시작한 나라로, ‘디지털 위안화(e-CNY)’를 통해 자국 내 유통을 적극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 속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전략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죠.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통화의 추적 가능성을 높이고, 그림자 금융과 자금 세탁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비교적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2023년까지 기본 개념 증명을 완료하고, 현재는 본격적인 실험 단계에 진입했지만, 민간 결제 시스템과의 공존 문제 등을 고려해 천천히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국민의 화폐 신뢰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변화보다 신중한 탐색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이 두 나라의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CBDC 모의실험을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디지털 결제의 보편화와 전자화폐 인프라의 확산에 맞춰 CBDC를 하나의 선택지로 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각국의 디지털 화폐 실험과 발행 현황
현재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CBDC를 발행하고 실험하고 있는 국가는 단연 중국입니다. 디지털 위안화는 이미 수십 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대형 온라인 쇼핑몰 및 은행과의 연계를 통해 실사용 사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일부 외국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정식 발행 단계는 아니지만, 1, 2차에 걸친 모의실험을 마치고 응용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 간 송금, 오프라인 결제 가능성까지 점검하며 다방면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에는 민간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실제 상용화 단계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아직 발행 여부 자체를 확정짓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CBDC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2023년부터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적용성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자국 내 민간 결제 수단이 이미 발달해 있기 때문에, 굳이 CBDC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시아 3국은 모두 각자의 경제 구조와 정책 방향에 따라 CBDC 추진 속도와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CBDC 도입에 대한 정책 방향과 미래 전략
중국은 CBDC를 단순한 금융 수단을 넘어 ‘디지털 경제 인프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 주도하에 다양한 시범 사업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사회적 수용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국제 거래 및 무역 결제에도 적용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술 실험뿐 아니라 법제화와 민관 협력을 병행하며 안정적인 도입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보안, 현금과의 공존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 중입니다. 한국은행은 ‘선도국 수준의 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다양한 테스트를 계속하며, 실제 도입 시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아직까지는 CBDC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글로벌 금융 환경의 변화에 대비해 준비는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행은 금융기관, 결제 서비스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민간 주도의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 및 교육 활동도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 주요국은 모두 CBDC 도입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놓고 기술적 실험과 정책적 대응을 병행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추진 전략은 다르지만 ‘미래 금융 주권 확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아시아 주요국의 디지털 화폐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각국이 처한 경제적·정치적 환경에 따라 상이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빠른 실험과 도입을 통해 기술 선점을 노리고 있고, 한국은 균형 잡힌 접근으로 실효성을 탐색 중이며, 일본은 신중하면서도 철저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화폐는 단순한 화폐의 디지털화가 아닌, 새로운 금융 질서의 시작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변화하는 경제 패러다임 속에서 디지털 화폐의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보시길 바랍니다.